스킵네비게이션

HOME
글자크기

다박사 과학정보

참여마당
다박사 과학정보
'[사이언스타임즈] 여과지도 통과하는 기인한 미생물' 글 입니다.

[사이언스타임즈] 여과지도 통과하는 기인한 미생물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20.04.01

조회수 34141

첨부파일 : No File!

여과지도 통과하는 기인한 미생물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바이러스 질병을 치료하기 힘든 까닭

러시아의 생물학자 드미트리 이바노프스키(Dmitri Ivanovsky)는 1892년에 담배 모자이크병을 연구하던 중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그는 담뱃잎의 광합성 조직을 파괴해 수확량을 크게 감소시키는 이 병이 미세한 균에 의해 전염된다는 증거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이 병에 걸린 담뱃잎의 추출물을 여과지에 통과시켰는데 병원체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과지를 통과한 여과액은 여전히 다른 개체에 담배 모자이크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이다.

세균 같은 미생물은 여과지에 당연히 걸러져야 했다. 때문에 그는 자신이 사용하는 여과지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6년 후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마르티누스 베이에링크(Martinus Beijerinck)는 담배 모자이크병이 세균보다 더욱 미세한 감염원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그 전염체에 대해 ‘액상 전염성 바이러스(contagium vivium fluidum)’라고 명명했다. 인류가 최초로 바이러스라는 기이한 미생물을 찾아낸 순간이다.

바이러스가 이바노프스키의 여과지에 걸러지지 않았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바이러스는 세균에 비해 훨씬 작기 때문이다. 대장균은 세포의 지름이 0.25~1.0㎛ 정도이고, 길이는 2-3㎛(1㎛는 100만 분의 1m) 정도로 길다. 그러나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바이러스의 경우 27nm(1nm는 10억 분의 1m)에 불과하다.

이번에 코로나19를 일으킨 SARS-CoV-2라는 바이러스의 크기가 약 120nm다. 인간의 세포는 약 2만 종류의 단백질을 사용하는 데 비해 크기가 작은 SARS-CoV-2는 단백질을 33개만 사용할 뿐이다.

완벽 퇴치는 천연두가 유일해
현재 전 세계 의학자들은 코로나19를 확실히 치료하기 위해 수십 가지의 약을 시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치료법이 없는 가운데, 코로나19는 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류가 바이러스로 전염되는 질병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완벽하게 퇴치한 것은 1979년에 박멸이 선언된 천연두가 유일하다.

그럼 왜 바이러스는 이처럼 치료하기 힘든 것일까.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바노프스키의 여과지에도 걸러지지 않았을 만큼 작았던 바이러스의 크기에 숨어 있다. 바이러스는 그 작은 크기 때문에 스스로 복제할 능력조차 없다. 따라서 바이러스는 숙주에 감염된 후 숙주의 복제 시스템을 활용해 증식한다.

그 적은 몇 개의 단백질을 사용해서 바이러스는 모든 종류의 모양으로 조립되고, 전체 생태계에 대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그들은 공기, 물, 토양, 물방울을 통해 숙주 사이를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한 크기의 이점은 세균과 비교해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신체가 비교적 큰(?) 병원균들은 그 여분의 공간에 자신의 복제품을 만들기 위한 도구를 저장한다. 그런데 이런 도구들은 항생제에 대해 취약점으로 작용하며 표적 효과를 지니기도 한다.

바이러스, 인체 세포와 동일한 메커니즘 사용
또한 세균은 인체의 세포와 많이 다르므로 공격 목표를 달리하는 약물을 만들기가 비교적 쉽다. 이에 비해 그런 도구들을 가지지 않은 바이러스는 항생제를 투입해도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숙주의 기관을 이용해 인체 세포와 동일한 메커니즘을 많이 사용하므로 약물로 표적 공격하기도 어렵다.

즉, 바이러스를 목표로 하지만 인체 세포도 손상시키지 않는 약물을 찾기란 훨씬 어려운 셈이다. 더구나 바이러스는 엄청나게 다양한 돌연변이를 빠르게 양산하므로 맞춤형 치료와 백신의 사용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효력을 잃을 수 있다.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한 의약품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같은 급성감염에 대한 항바이러스제는 그리 많지 않다.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데 수년간의 실험이 필요할 수 있는데, 그때쯤이면 확산세가 꺾인 상태거나 또 다른 위협적인 바이러스가 출현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사 효과적인 치료법이 나오더라도 코로나19는 지속적인 위협으로 남을 수 있다. 새로운 치료법이 나오고 자주 업데이트되는 백신, 그리고 공공보건의 오랜 대응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독감 바이러스처럼 말이다.

가장 미세한 병원체이며 가장 기이한 생명체인 바이러스와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염의 확산을 막는 것이 우선이다. 즉, 코로나19 같은 유행병을 퇴치할 수 있는 최고의 치료제는 증세를 보이는 환자의 격리 조치 및 사회적 거리 두기, 비누로 30초간 손씻기, 마스크 착용 같은 기존의 공중 보건 조치들일지도 모른다.

이성규 객원기자


원문기사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744841&memberNo=30120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