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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궁리마루3.0을 기대한다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15.01.02

조회수 10369

[이지훈 칼럼] 궁리마루 3.0을 기대한다

도시 한가운데 있고 젊은이 모이는 부산의 '퐁피두'

과학과 인문예술의 창조적 융합, 이만한 곳 또 없다

 국제신문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2015-01-01 19:14:55 / 본지 30면

한국은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를 볼 때마다 생기는 물음이다. 글쎄, 한국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란 것은 안다. 문제는 발상이다. 과학이 보는 세계와 인문예술이 보는 세계를 종합해보겠다는 발상 말이다. 우리는 아직 '두 문화'의 융합에 관한 준비는 덜 갖춘 것 같다. 두 문화가 마치 다른 별나라처럼 분리돼 있다. 필자도 대학에서 문과와 이과를 함께 전공한 탓에 잘 안다. 서로를 외계인 취급한다.


이과가 볼 때 문과는 공허하고 비판적인 얘기만 하고, 문과가 볼 때 이과는 삭막하고 실용적인 얘기만 한다. 한 번씩 말싸움이 벌어지면 '종교전쟁'이 따로 없다. 중요한 것은 이제 두 문화가 대화하고, 서로를 잘 알아야만 하는 시대를 맞았다는 것. 과학과 예술을 융합하는 영상산업도, 스티브 잡스의 창조경제도 그 다음 얘기다.

먼저 대화가 가능해야 융합을 할 게 아닌가. 거창하게 말해 '사회통합' 차원에서라도 두 문화는 만나야 할 것 같다.

■두 문화의 대화

대화의 효과는 확실하다. 지난여름, 국립현대미술관은 세계수학자대회(ICM)와 연계한 미술전시를 준비했다. 전시 자문과 대화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며, 느낀 점이 많았다. 수학계 석학들은 예술 교양도 높았다. 예술 전통이 깊은 러시아와 프랑스에서 뛰어난 수학자가 많이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닐 것 같다. 그리고 대화는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는 것. 수학자도, 예술가도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답은 벌써 나왔다. 초·중·고교 과정부터 융합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현재 융합 교과과정이 걸음마 수준이다. 또 학교를 이미 떠난 사람은 그마저도 배우기 힘들다. 가령 과학을 다루고 싶은 영화인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학교 바깥에서 상시적으로 두 문화의 융합을 연구·교육하며, 보여주는 배움터가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부산은 최고의 자산을 갖췄다. 바로 부전동 궁리마루다. 궁리마루는 수학과학 창의체험관. 석·박사급 연구원 35명과 과학문화해설사 130명으로 구성된 '부산과학기술협의회'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딱 3년 만에 연간 20만 명의 청소년과 가족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런 사례가 전국 어디에 있던가.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의 열정과 혜안에 박수를 보낸다.

이곳의 절대적 강점은 '위치'다. 부산의 지리적 중심이며, 도시철도 2개 노선의 허브다. 또 청소년이 많이 모이는 지역이다. 궁리마루 맞은편엔 한국 최초의 공립도서관인 부전시립도서관이 있다. 뒤쪽에는 낭만적인 카페골목이 자라나고 있다. 단언컨대 궁리마루는 부산의 창조적 잠재성을 보여주는 곳. 프랑스 파리와 비교하면, 레알-마레 지구의 퐁피두센터처럼 될 수 있는 곳이다.

궁리마루 일대와 레알-마레 지구는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도시의 중심부에 있고, 청년들로 활력이 넘친다. 레알은 도시급행철도(RER) 3개 노선의 허브다. 1971년, 전통시장이던 레알은 현대적 쇼핑몰로 거듭 난다. 또 인근에는 '국립 조르주 퐁피두 예술문화센터'가 세워진다. 센터의 성격은 문화생산 공장이자 배움터. 국립현대미술관(MNAM), 공공정보도서관(BPI), 산업디자인창작센터(CCI), 방대한 영화 필름과 시청각 시설을 갖춘 음악·음향연구소(IRCAM), 어린이 미술관 등이 들어있다.

당시 파리 시민은 센터 설립에 반대했다. 건물 디자인과 용도가 파격적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오늘날 센터의 내부와 주변은 젊은이와 관광객으로 넘친다. 또 센터 앞 광장은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예술인에게 열려 있다. 센터는 하루 평균 2만 5000명이 찾는 현대문화 중심지가 됐다. 퐁피두 대통령이 꿈꾼 것처럼 최첨단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대중성을 확보한 종합문화공간이 된 거다.

부산의 청소년에게도 꿈의 공간을 마련해주자. 우리는 과학기술과 인문예술의 융합을 특화하면 좋겠다. 이런 뜻에서 궁리마루가 국립부산과학관의 분관으로 재탄생하면 좋겠다. 아울러 부산시립미술관 분관과 시네마테크 분관을 함께 설치하면 어떨까. 더욱이 길 건너편 부전시립도서관과 '구름다리'로 연결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궁리마루 3.0을 꿈꾼다. 지금까지 궁리마루는 '과학기술 대중화'에 힘썼다. 앞으론 과학기술이 인문예술과 함께 어우러지는 '창조적 융합'의 장이 되길 희망한다. 이때 궁리마루는 청소년 교육을 중심으로 성인 재교육도 아우르는 '세대 융합' 배움터가 될 수 있다. 또 인근 문화공간을 연계하는 '공간 융합' 거점이 될 수도 있다. 즉, 세 가지 융합의 마당이 된다는 얘기다. 부산시교육청의 용단을 기대한다.

■세 가지 융합의 장

그동안 부산은 공공 문화공간을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세워, 고립시킨 경향이 있다. 위치를 놓고 보면, 궁리마루는 서울의 중앙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랑 비슷한 곳에 있다. 두 곳은 짧은 기간 동안에 명소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입지 조건이 성공 원인이다. 따지고 보면, 독일에서 '과학과 예술의 성소'로 부르는 박물관섬(Museuminsel)도 베를린 심장부에 있다.

현재 서울의 문화공간은 연계성도 좋다. 시청에서 몇 걸음만 걸으면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에 닿는다. 또 국립민속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길을 건너 마주섰고, 시립정독도서관과 지척에 있다. 연계성의 효과는 크다. 도시 산책이 공부가 되고,관광이 된다. 우리도 궁리마루부터 시작해보자.

   

현대사회는 두 문화를 함께 누릴 때야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 기술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과학기술을 배워야 한다. 또 기술 속에 아름다운 가치를 담으려면, 인문예술을 배워야 한다. 융합은 과학기술과 인문예술의 쌍방향 소통 위에 피어나는 꽃이다. 정규 교육과정은 이런 융합교육을 포괄하기 어렵다. 학교 외부의 공적 교육기관이 전문적이고도 풍성한 (재)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궁리마루의 재탄생을 손꼽아 기다린다.

철학박사·필로아트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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