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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톡]7/12(수)바다동물의 위기탈출' 글 입니다.

[수톡]7/12(수)바다동물의 위기탈출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17.07.12

조회수 4078

첨부파일 : No File!

○강 연 일: 2017년 7월 12일(수)


○강 연 자: 박 수 현국장 (국제신문)


○강연내용

위장하는 바다동물들

* 산호초 어류

산호초에 살고 있는 바다동물들이 화려한 색을 띠는 것은 산호의 화려함에 묻혀들기 위함이다. 이중 단연 돋보이는 존재가 나비고기와 통상 에인절피시라 불리는 청줄돔이다. 나비고기(농어목)는 전 세계적으로 120여 종이 있다. 이들은 작고 납작한 체형에 주둥이가 앞으로 튀어나와 있으며 체색이 밝고 화려하다. 대부분 주행성으로 산호초나 수중 절벽지대에 무리지어 있다가 침입자가 있으면 맹렬한 기세로 쫓아낸다. 나비고기 중 일부 종은 꼬리 부분에 눈알처럼 보이는 까만 점이 있다. 뒤에서 다가가는 포식자는 꼬리부분의 점이 자신을 노려보는 눈처럼 보여 당황하게 된다. 나비고기는 포식자가 우물쭈물하는 사이를 틈타 도망칠 수 있다.

에인절피시는 몸통에 황색과 청색의 뚜렷한 줄무늬가 둘러쳐져 있는데 그 모양새가 너무 예뻐서 에인절(Angel)’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흥미롭게도 새끼 때의 에인절피시와 성장한 후의 에인절피시는 무늬가 다르다. 새끼 때는 몸 전체를 덮고 있는 하얀색 줄무늬가 동그란 눈알 모양을 하고 있어 몸 자체가 눈알처럼 보이지만 성장해서는 하얀색 줄무늬가 없어지면서 화려한 줄무늬가 생겨난다. 한 곳에 머물러 지내는 어릴 때는 눈알 모양의 무늬만으로도 포식자를 당황시킬 수 있지만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성체가 되어서는 산호초의 화려함에 묻어드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산호초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롱노우즈 호크피시(Long nose Hawkfish) 또한 몸 전체를 얼룩무늬로 위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등지느러미에는 가시 모양의 털이 나 있다. 이 털의 모양새가 산호폴립의 모습을 빼닮아 산호가지 사이에 숨어들면 여간해서는 발견하기 힘들다.

 

 * 성게의 다양한 위기탈출

우리나라 연안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말똥성게는 해조류 엽상체를 머리 위에 올려놓고 몸을 숨긴다. 마치 전투에 나선 군인이 철모에 풀을 꽂아 위장하는 것 같다.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 해역에서 관찰한 남극 말똥성게들도 해조류 엽상체를 머리에 이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이와 같은 위장 방식은 말똥성게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특성으로 보인다. 말똥성게가 해조류 엽상체를 짊어지고 다니는 것을 두고 일부 학자들은 여분의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갯녹음으로 해조류가 귀한 곳에서 살아가는 말똥성게들이 빈 조개껍데기나 쓰레기 조각, 자갈 등을 머리에 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해조류를 머리에 얹어두는 행동은 몸을 숨기기 위해 도구를 이용하는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말똥성게가 유달리 위장에 신경쓰는 것은 다른 성게들처럼 날카로운 가시가 없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말똥성게만큼이나 흔하게 발견되는 보라성게만 하더라도 해조류 엽상체 같은 것을 머리에 이고 있지 않는데 이는 몸에 있는 날카로운 가시로 포식자의 공격을 어느 정도는 막아낼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라성게의 가시는 낚싯바늘 같은 미늘 구조라 한 번 찔리면 침이 쉽게 빠지지 않는다. 포식자 입장에선 보라성게의 가시야말로 눈엣가시같은 존재일거다.

성게는 도구를 이용해 몸을 숨기고,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까지 하고 있지만 약점은 있다. 바로 가시가 없이 노출된 배 부분이다. 성게의 천적인 쥐치, 돌돔, 앵무고기 등은 이 약점을 노려 성게를 넘어뜨리기 위해 다양한 공격을 시도한다. 쥐치는 호스의 노즐처럼 돌출된 주둥이로 성게를 향해 물을 내뿜고, 돌돔이나 앵무고기는 딱딱한 주둥이로 성게를 들이받는다. 공격을 받아 넘어진 성게는 몸을 바로잡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포식자가 이 틈을 놓칠 리가 없다. 맹렬한 기세로 달려든 포식자는 날카로운 이빨로 배 부분의 껍질을 찢어발긴다. 성게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이들은 포식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밤에 움직이고 낮 동안에는 포식자의 공격에 넘어지지 않기 위해 스크럼을 짜듯 촘촘히 붙거나, 바위틈에 몸을 꼭 끼우고 있다. 

     바다의 카멜레온들

* 넙치와 가자미

저서성 어류인 넙치나 가자미는 물속의 다양한 환경과 색깔에 따라 몸의 색을 바꿀 수 있다. 등 색깔이 해저 바닥과 비슷한 회색 또는 모래 색을 띠는 것은 등에 있는 감각세포가 주변 바닥에서 반사되어 오는 빛을 감지하여 주변 색깔 정보를 알아내기 때문이다. 시각으로 포착한 빛 정보는 신경 조직을 거쳐 색소 세포에 전달되고, 색소 세포는 연한 모래 색에서 짙은 갈색에 이르는 바닥의 온갖 색깔뿐 아니라 그 짜임새까지도 교묘하게 나타내도록 위장한다. 넙치나 가자미는 장소를 옮겨 살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진흙, 굵은 모래, 자갈 같은 새로운 환경에 몸의 색을 맞출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래나 뻘 속에 몸을 숨기기도 하는데 위장과 엄폐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포식자가 가까이 다가가도 눈만 껌벅거릴 뿐 미동도 하지 않는다. 팽팽한 긴장의 막바지 무렵 더 이상 몸을 숨길 수 없다고 판단하면 순간적인 추진력으로 자리를 뜬다. 이들의 공통점은 순간적인 움직임은 빠르지만 평균 유영속도가 느리고 바닥에 머물러 지내기를 좋아하는데 있다. 그래서 포식자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치는 것보다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몸의 색을 바꾸는 방식을 본능적으로 익혀왔다. 그런데 이러한 위장은 씬벵이나 아귀와 마찬가지로 포식을 위한 사냥꾼의 치밀한 몸 숨김이라는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 3초 만에 몸의 색을 바꾸는 오징어

위기에 처한 오징어가 몸의 색을 바꾸는데 걸리는 시간은 3~5초면 충분하다. 표피 밑에는 대개 적색, 황색, 갈색의 세 층으로 이루어진 색소 세포가 근섬유에 연결되어 있다. 오징어는 이들 근섬유를 수축하고 이완시키면서 주변 환경에 맞게 몸의 색을 변화시킨다. 호주 시드니 수중동굴에서 길이 1미터에 이르는 대형 오징어와 맞닥뜨린 적이 있었다. 자신의 보금자리에 무단 침입한 불청객에 화가 난 오징어가 몸의 색을 점점 붉게 변화시키는데 여차하면 불나방처럼 돌진할 태세였다. 오징어의 체색 변화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의사표현이자 경고 메시지이다. 좁은 동굴 속에서 오징어와 뒤엉키는 것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조심스레 뒷걸음치며 동굴을 빠져나오는 내내 오징어 눈치를 살펴야만 했다.

체색변화로도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오징어는 마지막 수단으로 먹물을 뿜어낸다. 오징어가 뿜어내는 짙은 먹물은 물에 쉽사리 풀어지지 않고 덩어리 형태로 뭉친다. 먹물을 내뿜는 동시에 오징어의 몸 빛깔은 엷어진다. 오징어를 쫓던 포식자는 순간적으로 당황하거나 오징어보다 훨씬 더 눈에 잘 띄는 검은색 먹물 덩어리를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이 순간 오징어는 물을 분사할 때 생기는 추진력으로 도망친다. 오징어 먹물은 일시적으로 포식동물의 후각기관을 마비시켜 오징어의 위기탈출을 돕는다.

 

* 문어의 공격적인 위기탈출 방식

문어도 위기 탈출을 위해 오징어처럼 주변 환경에 맞게 몸의 색을 변화시키거나 먹물을 쏘아댄다. 하지만 오징어처럼 먹물을 쉽게 쏘지는 않는다. 포식자로부터 위협을 느끼면 몸을 바닥에 붙이고 발에 붙어 있는 흡판을 이용하여 미끄러지듯 자신의 은신처인 바위틈으로 숨어든다. 은신처에서 너무 벗어났거나 순간적으로 이동해야 할 때는 발로 바닥을 박차고 몸을 띄운 다음 외투강 속에 채웠던 물을 출수공으로 뿜어내는 제트 추진 방식을 이용한다. 유영하는 문어는 방향 전환이 자유롭지 못하다. 목표로 삼은 지점을 향해 로켓처럼 날아갈 뿐이다. 그런데 포식자에게 쫓겨 다급하게 바위 틈에 들어가더라도 그 속에 이미 다른 문어가 있으면 화들짝 놀라 바로 튀어나온다. 문어는 성향이 배타적이라 같은 공간에서 다른 문어와 함께 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얼마나 배타적이냐는 번식을 위한 교미에서도 관찰된다. 암컷이 있는 바위 틈으로 조심스레 다가간 수컷은 멀찍이 떨어진 채 교미기가 있는 발(오른쪽에서 세 번째)만 암컷의 배에 뚫린 생식기에 밀어 넣는데 상당히 조심스럽다. 자칫 너무 다가갔다가 암컷의 심기를 건드려 잡아먹히거나 내 쫓겨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망갈 바위 틈을 쉽게 찾지 못하면 먹물을 뿜어내는 등 공격적이 된다. 오징어나 문어가 뿜어내는 먹물의 양은 포식자의 시야를 흐리게 할 만큼 충분하지 못하다. 이들이 먹물을 뿜어내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연막효과를 위해서라기보다는 포식자를 순간적으로 놀라게 하려는 시도로 봐야한다. 먹물을 뿜어내고도 위기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공격적으로 돌변한다. 수백 개의 흡판을 붙이면서 8개의 발로 친친 감아 잡아당기는데 문어 이빨에 걸려들면 큰 상처를 입는다. 문어 이빨은 소라를 깨어 먹을 정도로 강하고 날카롭다.

     

몸의 일부를 포기해서라도

* 극피동물의 대표 불가사리

극피동물은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더라도 재생할 수 있다. 극피동물의 대표격인 불가사리는 팔이나 신체 일부가 잘려나가면 원래의 몸에는 새로운 팔이 생겨나고 잘려나간 팔은 또 다른 개체가 된다. 그래서 불가사리라는 이름도 절대 죽일 수 없다는 불가살이(不可殺伊)에서 유래한다. 모든 불가사리에게 강력한 재생력이 있지만 이중 으뜸은 야간 다이빙 도중 흔하게 만나는 거미불가사리이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위협을 느끼면 스스로 팔을 잘라내고 도망친다. 이러한 행동은 포식자가 팔에 관심을 가지는 동안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 퀴비에관을 가진 레오파드 해삼

열대 바다에서 볼 수 있는 레오파드 해삼을 건드리면 항문으로 흰 국수 면발 같이 생긴 관이 뿜어져 나와 몸을 친친 감싼다. 이 관은 프랑스 동물학자 퀴비에(Cuvier)가 학회에 처음 보고하면서 퀴비에관이라 명명되었다. 퀴비에관은 굉장히 끈적인다. 포식자가 해삼을 집적거렸다가는 몸에 달라붙는 퀴비에관 때문에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이다. 당황한 포식자는 해삼에게서 멀어지고 싶을 것이다. 어떤 종은 퀴비에관에 독성 물질까지 포함되어 있어 여기에 걸려드는 포식자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퀴비에관을 뿜어내고도 상대를 제압하지 못하면 몸을 극도로 수축시켜 단단하게 만든다. 그러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싶으면 창자만 먹고 살려 달라는 듯 자신의 창자를 밀어낸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이 단계적이지만은 않다. 같은 종의 해삼이라도 성격이 급하거나 쉽게 놀라는 녀석도 있다. 말레이시아 시밀란 해역에서 발견한 레오파드 해삼은 손가락으로 약간 건드렸을 뿐인데 일반적인 양상과 달리 몸을 잔뜩 움츠리더니 퀴비에관과 창자를 동시에 뿜어냈다. 그런데 해삼이 창자를 밀어냈다 해서 죽지는 않는다. 해삼은 불가사리와 같은 극피동물로 30~40일 정도 후면 완벽하게 창자를 재생해낼 수 있다. 퀴비에관은 레오파드 해삼 등 일부 종만이 가지는 특징이지만 창자를 내주고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해삼들이 가지는 가장 일반적인 위기탈출 방식이다. 그런데 해삼 창자는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개흙을 훑어낸 후 노르스름한 색의 가늘고 부드러운 창자를 날것으로 삼키면 달콤한 향이 입 안에 번진다. 일본인들은 해삼 창자를 최고의 해산물 중 하나로 꼽는다. 해삼의 재생력을 연구한 일본의 양식업자들은 해삼을 자극하여 창자를 빼낸 다음 몸체를 횡으로 잘라 양식장에 던져둔다.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해삼은 두 마리가 되고, 그 두 마리 몸속에는 다시 창자가 가득 찬다.

      

독이 있는 먹이를 먹어서

 * 갯민숭달팽이의 자기 방어

연약하고 부드러운 몸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된 갯민숭달팽이(연체동물 복족류)

손가락크기만한데다 움직임마저 느려 표적이 되면 도망갈 방법이 없다. 갯민숭달팽이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바로 산호나 히드라 등 자포동물의 자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들은 히드라나 산호 촉수에 있는 자포를 통째로 삼킨다. 자포에는 실처럼 생긴 자사(刺絲)가 용수철처럼 감겨 있다가 자극을 받으면 튕겨나간다. 자사를 발사할 수 없는 종은 자포의 독성을 몸에 흡수한다. 갯민숭달팽이에게 멋모르고 덤벼든 포식자는 좋지 못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까이 다가갔다가 쏘이기도 하고 멋모르고 먹었다가 독성으로 피해를 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포식자들은 저 친구는 건드려 봤자 손해야라는 경험을 유전적으로 후손들에게 전했으리라 본다. 그래서인지 다른 연약한 동물들이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숨기고 빠르게 도망치는 것과 달리 이들은 오히려 몸을 화려하게 치장한 채 먹을 테면 먹어보라는 식으로 당당하게 살아간다.

* 복어의 경고

사람들은 물고기들이 지느러미를 움직이면서 이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지느러미는 보조 역할에 불과하다. 대개 물고기는 척추를 구부리는 파상운동을 통해 물을 옆으로 밀고 그 반작용으로 앞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몸이 뭉텅한 복어의 경우 파상운동으로는 추진력을 얻기 힘들다. 그래서 움직임의 대부분을 지느러미 운동에 의존한다. 그런데 덩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가슴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를 열심히 파닥거려 보지만 지느러미에서 만들어내는 추진력만으로는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복어는 도망치는 것 말고 다른 방어수단을 찾아야 했다. 위기탈출을 위해 복어가 가지게 된 이차적인 행동은 물을 빨아들여 몸을 서너 배까지 부풀리는 방식이다. 대개의 경우 복어를 쫒던 포식자는 돌변한 기세에 주춤거린다. 만약 이러한 경고에도 이들을 잡아먹을 경우 복어는 맹독으로 포식자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테트로도톡신이라 불리는 복어의 독은 주로 난소나 간에 있지만 위와 장, 껍질, 정소에 포함된 종도 있다. 심지어 거북복 같은 종은 피부에서 독을 내뿜기도 한다. 이 독은 가까이 다가오는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종족 보존의 본능으로 복어의 독성은 난소가 커지는 3월 산란기 즈음이 가장 강하다. 복어는 자기가 독을 가진 위험한 물고기라는 것을 몸에 새긴 검정, 하양, 노랑의 경계색으로 경고한다. 복어의 경고에도 복어를 공격하는 포식자는 치명상을 입거나 죽음을 맞는다. 복어 독에 당해본 포식자들은 복어를 멀리할 것을 후손들에게 학습시켰을 것이다.

    

몸에 지니고 다니는 은신처

* 고둥 껍데기를 짊어지고 다니는 집게

해수면 아래 얕은 바닥, 한 무리의 고둥 사이로 뒤뚱뒤뚱 움직이는 고둥이 보인다. 조심스레 집어 올리면 빈 껍데기 속에 집게 한 마리가 들어 앉아 있다. 위협을 느낀 집게는 주위를 살피던 돌출된 두 눈과 몸을 고둥 껍데기 속으로 집어넣고 오른쪽 큰 집게발로 입구를 막는그 동작의 민첩함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집게는 자기 몸채만한 고둥 껍데기를 짊어지고 다니다가 몸집이 커지면 살던 집을 버리고 다른 껍데기를 찾는 생존 방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이러한 고둥과 집게의 관계는 평생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방랑자 집게와 껍데기만 남은 몸으로 집게를 감싸 안다가 결국 버림받고 마는 고둥을 의인화하여 슬픈 사랑 이야기로 엮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집게가 고둥 껍데기 속에 들어가 사는 것은 갑각이 없어 부드러운 살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말랑말랑한 배와 꼬리를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선택이다. 이들은 자기 몸에 맞는 집을 차지하기 위해 이미 자리잡고 있는 동료를 끌어내기도 하는 등 평생 집을 장만하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 그렇다고 집게가 집을 구할 때 까다롭게 가리는 것은 아니다. 고둥 껍데기를 발견하면 몸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큰 집게발로 입구의 크기를 가늠한 다음 꼬리부터 밀어 넣는데, 대충 몸이 들어갈 정도면 갈고리 모양의 꼬리를 고둥 안벽에 걸고 보금자리로 삼는다. 집게 중에는 껍데기 위에 작은 말미잘을 짊어지고 다니는 종도 있다. 이는 서로가 이득을 보는 상리공생 관계이다. 게의 입장에서는 전쟁터에 나간 병사가 철모에 나뭇잎을 꽂아 위장하듯 말미잘 촉수로 자신을 숨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말미잘이 지닌 자세포로 포식자의 공격을 막아낼 수도 있다. 말미잘로서도 손해 볼 게 없다. 집게에 올라타 여러 장소로 이동할 수 있으니 한 군데 고착 생활하는 말미잘보다 먹이를 찾거나 위험에서 벗어나는 데 유리하다. 집게는 다른 게와 마찬가지로 갑각류 십각목에 속하지만, 커다란 집게발을 제외한 나머지 다리는 단단한 고둥 껍데기 속에 사느라 자기 역할이 줄어들어 기능이 퇴화되었다.

    

* 몸을 딱지 속에 감추는 바다거북

외부에서 은신처를 구하는 집게와 달리 자신의 신체 구조를 이용해서 몸을 숨기는 바다동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