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만나면 뜨겁다 못해 폭발한다. 씹어먹는 사탕 ‘멘토스’를 입안에 넣고 시원하게 콜라를 마시면 ‘콜라 분수’ 때문에 입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를지 모른다! 이른바 ‘콜라 폭탄’이다.
어느 자판기나 슈퍼마켓에서도 콜라는 쉽게 살 수 있고, 멘토스도 단 것이 먹고 싶을 때 손이 자주 가는 흔한 사탕이다. 콜라와 멘토스는 특별할 것 없는 군것질거리지만 이들이 만나는 순간 엄청난 반응이 일어난다. 프리츠 그로브와 스티븐 볼츠는 2006년 10월 말 인터넷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youtube.com)에 콜라와 멘토스를 이용한 분수쇼 동영상을 올려 3만5천 달러(약 3250만원)를 벌어들였다. 200개가 넘는 콜라병에서 차례대로 음료가 뿜어져 나오는 광경이 네티즌을 열광적으로 클릭하게 만들었다.
멘토스와 콜라가 만나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분수쇼의 원리는 간단하다. 멘토스에 들어있는 아라비아 고무성분과 탄산음료의 탄산염이 반응해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CO2)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멘토스 표면에 있는 수많은 미세한 구멍이 이 반응이 빨리 일어나도록 돕는다. 미세한 구멍은 콜라 속의 이산화탄소가 기체 상태로 석출되는 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순식간에 생성된 다량의 이산화탄소는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플라스틱 콜라병의 좁은 주둥이로 뿜어져 나와 분수를 만든다.
어디 멘토스와 콜라뿐인가, 달콤한 설탕도 누군가를 만나면 뜨겁게 폭발하는 열정을 숨기고 있다. 설탕가루 폭탄을 경험하고 싶다면 먼저 설탕을 곱게 간 ‘슈가 파우더’를 준비해 고무튜브에 넣는다. 양초와 깔때기를 가지고 넓은 운동장으로 가자. 폭발할 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초에 불을 켜고 깔때기에 슈가 파우더를 채운 고무튜브를 연결한 뒤 양초에 깔대기를 대고 고무튜브를 훅~ 분다. 불붙은 양초 근처에 고운 설탕 입자가 날리면서 순간적으로 불이 붙으면서 순간적으로 불꽃이 크게 일어난다. 어린이라면 반드시 어른과 함께 실험하자.
설탕은 탄소, 수소, 산소로 구성돼 있다. 보통 불을 붙이면 타지 않고 지글지글 녹기만 한다. 설탕에 약한 불을 가하면 살살 녹으면서 달콤한 캐러멜 시럽이 된다. 하지만 적당한 조건이 갖춰지면 탈 수 있다. 설탕을 충분히 가늘게 분쇄한 뒤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게 해주면 격렬하게 타는 것이다.
이처럼 가연성 가루가 공기 중에 날리는 곳에서 불씨 때문에 폭발이 일어나는 경우를 ‘먼지폭발’이라고 한다. 입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쉽게 타는 이유는 산소와의 접촉 면적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즉 미세한 설탕가루들이 공기 중에 흩어지면서 산소와 접촉하는 표면적이 커져 잘 타게 되므로 불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탄광이나 곡물 창고에서 일어나는 폭발 사고가 대개 이에 속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갑자기 텔레비전이나 콘센트 근처에서 불이 생겼다면 작은 먼지가 전기 스파크에 불이 붙어 발생한 화재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춘삼월이 다가오면서 찬밥신세가 된 손난로도 산소와 만나면 불같이 열을 낸다. 손난로 속에는 고운 철가루들이 들어있다. 손난로는 이 철가루와 산소가 만나 산화하면서 열이 발생해 따뜻해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손난로 안에는 산소가 제한적이라 산화도 제한적으로 일어나지만 뜯어 철가루를 공중에 흩뿌리면 공기 중의 산소를 만나 산화 반응이 급격하게 일어난다. 열이 발생하면서 펑- 하고 폭발하게 된다.
폭탄이나 폭발은 조건만 갖추어지면 일어날 수 있다.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 재료만 가지고도 폭탄을 만들 수 있다. 안전 대책을 갖추고 간단한 과학실험을 해보는 건 좋지만 폭발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그들의 만남’은 늘 조심해야 한다. (글 : 남연정 과학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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