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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세포의 감시카메라, ‘레이저현미경’' 글 입니다.

살아있는 세포의 감시카메라, ‘레이저현미경’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7.07.09

조회수 4882

첨부파일 : No File!
살아있는 세포에 감시카메라를 달아 관찰할 수 있을까? 기존의 광학현미경이나 전자현미경으로는 힘들다. 두 현미경 모두 표본을 만들어 관찰하기 때문이다. 표본을 만들려면 세포를 죽인 다음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살아있는 미생물을 관찰하는 광학현미경이 있지만 세포 속까지 관찰할 만큼 배율이 높지 않다.

광학현미경, 전자현미경은 세포 자체를 자세히 관찰하기 좋은 도구지만 세포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는 없다. 범죄 현장을 찍으려는 경찰이 무작위로 수백 장의 사진을 찍어 놓고 그 중 범죄 현장이 찍힌 것이 있나 찾는 식이다. 당연히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세포 내부를 살아있는 채로 관찰하기 위한 ‘감시카메라’는 따로 있다.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하는 것은 동영상이 사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알려주듯 세포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특히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을 관찰할 때는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신약을 개발할 때는 수십~수백 개의 후보 약들을 차례로 투여해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는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만약 약물을 투여한 뒤 세포가 약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면 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레이저를 사용하는 이른 바 ‘레이저현미경’을 사용하면 세포를 살아있는 채로 관찰할 수 있다. 레이저는 직진성이 뛰어나고 강한 에너지를 실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단파장 광선이기 때문에 물체를 분석하기에 좋다. 현미경에서는 레이저가 단파장의 빛이라는 점을 이용해 빛의 간섭 효과로 이미지를 만든다.

현재 많이 쓰이는 ‘공초점레이저형광현미경’(CLSM)이 대표적이다. 공초점(Confocal)이란 광원이 되는 레이저에서 시료의 초점과 맞지 않는 빛은 제거하고 초점과 일치하는 빛만 쓴다는 뜻이다. 먼저 관찰하고자 하는 세포에 형광물질을 투여한다. 다음 세포에 레이저를 쏘아 나온 빛 중에서 초점이 정확히 맞는 빛만을 분리한다. 이를 분석해 영상으로 만든 것이 CLSM이다. 레이저가 세포 깊이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3차원의 입체 영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CLSM은 생물학 연구의 필수 장비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관찰을 위해 세포에 형광물질을 투여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투여한 형광물질의 빛이 사라져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문제는 형광물질이 세포를 죽이거나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형광물질로 염색하지 않고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할 수는 없을까? 인도 출신 물리학자 라만이 발명한 ‘라만 효과’에 의해 그 가능성이 열렸다. 모든 물질은 고유한 진동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빛을 비추면 빛과 물질과의 사이에 에너지의 교환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원자·분자의 진동 상태, 회전 상태가 변한다. 따라서 단일 파장의 레이저를 비추면 처음보다 약간 길거나 짧은 파장의 스펙트럼선이 나온다. 이를 분석해 영상으로 만든 것이 ‘라만분광현미경’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이 라만분광현미경의 단점을 크게 보완한 ‘초정밀 레이저 바이오 탐색기술’(CARS)를 개발했다. 라만분광현미경은 감도와 해상도가 부족해 세포 내부의 미세구조를 관찰하기 어려웠다. CARS는 원하는 세포의 분자를 강하게 진동시키는 특정한 파장의 빛을 광원으로 쓴다. 관찰하고 싶은 부위에 맞춰 쏘는 레이저의 파장을 특화시키는 것이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신호의 세기가 획기적으로 증가해 형광물질 없이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CARS를 제대로 구현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많았다. 다양한 진동수의 레이저를 만드는 것부터 검출하는 것까지 복합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미국 하버드대가 기술적인 가능성을 제시한 뒤 많은 연구팀들이 도전했지만 현재 CARS의 실시간 영상에 성공한 곳은 하버드대 연구팀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나노바이오 전문연구단 뿐이다.

연구팀은 2013년까지 CARS의 해상도를 더욱 높여 상용화할 계획이다. CARS가 상용화 되면 세포 속 특정 부분을 따로 염색하지 않고도 살아있는 채로 100∼300nm(나노미터, 1nm=10-9m) 크기까지 실시간 관찰할 수 있다. 세포의 속속들이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암, 당뇨 등 세포 수준의 진단이 가능한 의료바이오 진단기에도 CARS의 역할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CARS가 열어갈 미래 생명과학을 기대해 보자.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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