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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도 ‘S라인’을 좋아해!' 글 입니다.

태풍도 ‘S라인’을 좋아해!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7.07.16

조회수 4710

첨부파일 : No File!
태풍은 지구상에 가장 강력하고 파괴적인 자연 현상 중 하나다. 2005년 8월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시를 완전히 물에 잠기게 하고, 최소 1800명의 사상자와 800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혔다. 태풍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실감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인간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지만 태풍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도 있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의 열평형을 위해 태풍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태풍은 저위도 지방의 따뜻한 공기가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모아 강한 바람과 비를 품고 고위도로 이동하는 기상현상이다. 즉 지구의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적도지방의 남는 에너지를 싣고 고위도로 향하는 급행열차인 셈이다.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 태풍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자.

태풍은 열대 바다에서 태어난다. 열대 바다는 덥기 때문에 종종 상승기류가 발생하는데 이런 지역은 다른 곳보다 기압이 낮은 ‘저기압’ 상태가 된다. 그리고 주변으로부터 저기압의 중심부로 바람이 불게 된다. 만약 지구가 평평하고 자전하지도 않는다면 그냥 똑바로 직선방향으로 바람이 불고나면 그만일 것이다.

그런데 지구가 자전하는 힘 때문에 바람이 휘어 불게 된다. 이런 효과를 ‘코리올리 효과’(Corioli’s Effect)라고 부른다. 즉 빠르게 도는 회전판 위에서 공을 던지면 공이 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코리올리 효과 때문에 북반구에서는 바람의 방향이 계속 오른쪽으로 휘게 되고, 사방에서 이런 바람이 모여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태풍이 생기는 것이다. 남반구에서는 반대로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태풍이 생긴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태풍의 위력도 커졌다. 태풍은 주변으로부터 뜨거운 수증기를 빨아들이며 성장하는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뜨거운 바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남쪽 바다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을 때 초대형 태풍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수증기를 먹으며 자라는 특성 때문에 소형 태풍이 수증기가 많은 장마전선을 만나면 대형 태풍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슈퍼태풍’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태풍은 최대 풍속에 따라 ‘약한 태풍’ ‘중간 태풍’ ‘강한 태풍’ ‘매우 강한 태풍’ 4가지로 분류하는데 슈퍼태풍은 매우 강한 태풍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태풍이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는 최대 풍속 초속67m 이상의 태풍을 슈퍼태풍으로 분류했다. 카트리나의 최대 풍속이 초속70m 정도였으니 슈퍼태풍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슈퍼태풍이 올 수 있다는 위기설이 보도되고 있다. 3월에 열린 ‘기상학술심포지엄 2007’의 보고서에 따르면 연평균기온이 3~4도 올라가면 슈퍼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태풍이 빨아들일 뜨거운 수증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카트리나급의 슈퍼태풍이 오면 어떻게 될까?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오재호 교수팀의 모의실험에 따르면 강한 바람과 해일에 남해안의 수십만 톤의 유조선이 파도에 뒤집힌다. 강한 바람은 대형 트럭도 뒤집었다. 하루에 1000mm의 비가 퍼붓자 국내 최대 규모의 소양강댐도 무너져 여의도가 물에 잠겼다. 모의실험 결과 슈퍼태풍에 집중호우가 동반되면 감당하기 힘든 피해를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수십 년 내에 슈퍼태풍이 오기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바다의 수심 50m 이하에는 8~13℃의 해수가 존재하는데 이를 ‘저층냉수’라고 한다. 태풍이 오면 강한 바람과 저기압으로 이 저층냉수가 해수면으로 올라오게 돼 태풍을 약화시킨다. 차가운 물이 태풍의 저기압 강도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중위도 지역이라 태풍이 올라오면서 힘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태풍을 막을 방법은 아직 없다. 태풍의 길목을 예상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다행히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기차처럼 대전역 찍고 동대구역 찍고 부산역에 정차하듯 목적지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 남부를 향해 북서쪽으로 이동하던 태풍은 대략 북위 30도에서 방향을 틀어 북동쪽으로 운행한다. 태풍도 소위 ‘S라인’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 경로는 일본 오키나와 남단의 북위 30도를 기준으로 남쪽은 무역풍이 불고 북쪽은 편서풍이 불기 때문이다.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은 북태평양에서 만들어진 태풍이 북서쪽(중국 남부나 동남아시아)을 향하게 하고,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은 태풍의 진로를 다시 일본 쪽으로 틀게 만든다. 일기예보를 할 때 이점을 고려해 태풍의 경로를 예측한다.

그러나 태풍의 경로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기상현상과 마찬가지로 태풍도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상청이 태풍의 예상 경로를 보도할 때 ‘점’이 아니라 ‘넓은 원’으로 표시한다. 넓은 원 안의 어딘가에 있을 확률은 70%다.

더구나 태풍이 두 개 이상 동시에 생기면 예측은 더 어려워진다. 한 태풍이 다른 태풍의 진로와 강도에 영향을 주는데 이를 ‘후지와라 효과’(Fujihwara Effect)라고 한다. 태풍 둘이 합쳐져 큰 태풍이 되기도 하고, 한 태풍이 다른 태풍의 영향을 받아 소멸되기도 한다. 태풍의 피해를 줄이는 것만큼이나 태풍의 경로를 예상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올해도 태풍은 어김없이 우리나라에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태풍이 전혀 미운 짓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바닷물을 뒤엎어 적조를 없애고 여름내 쌓인 계곡의 쓰레기를 청소하기도 한다. 1988년과 2001년은 태풍이 모두 우리나라를 비켜가 ‘태풍 없는 해’였지만 적조가 유난히 극성을 부렸으니 좋은 것만도 아니었다. 올해는 가뭄을 해결해주고 세상을 맑게 하는 태풍을 만났으면 좋겠다.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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