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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787, 탄소섬유 테이프 감아 만든다?' 글 입니다.

보잉787, 탄소섬유 테이프 감아 만든다?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7.07.23

조회수 5188

첨부파일 : No File!
지난 7월 9일 보잉사의 차세대 여객기 ‘보잉787 드림라이너’가 일반인에 처음 공개됐다. 연간 60조에 이르는 항공기 시장은 미국의 보잉사와 유럽의 에어버스사가 양분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보잉사는 유럽의 에어버스사에게 밀리는 추세였는데 이를 회복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도입한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결정체가 이번에 발표된 보잉787이다.

보잉787 시리즈는 210~330명의 승객을 수송하는 중형 여객기다. 최대 운항 속도는 마하 0.85, 최대 항속거리는 보잉787-9형의 1만5750km다. 지구의 둘레가 약 4만km이므로 한 번 급유로 지구의 반 바퀴를 운항할 수 있는 셈. 이전에 쓰던 번호 대신 새로운 ‘시리즈 번호’를 시작했다는 말은 이전 기종과 뚜렷이 구분되는 장점을 가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미래의 항공기’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보잉787의 특징이 무엇인지 둘러보도록 하자.

기술적인 면에서 보잉787의 가장 큰 특징은 동체 대부분에 복합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복합소재란 전혀 별개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가진 두 물질을 인위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장점을 이끌어낸 소재를 말한다. 복합소재는 강철과 같은 강도를 가지면서도 가벼운 장점이 있다.

보잉787은 상용화된 여객기 중 복합소재를 전면적으로 도입한 최초의 기종이다. 복합소재는 전투기 등 첨단무기에 일부 쓰였지만 항공기에 쓰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소재의 특성상 모양을 정교하게 만들기도 어려웠거니와 결함을 발견하고 보수하는 일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설계와 제작에 많은 비용이 드는 복합소재를 최초로 여객기에 도입했다는 점에서 보잉787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보잉787에 사용된 복합소재는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이는 탄소섬유와 에폭시수지를 결합한 물질이다. 전 기종인 보잉777이 알루미늄 50%에 복합소재 12%를 사용했던 것에 반해, 보잉787은 50%의 복합소재와 15%의 알루미늄, 그리고 12%의 티타늄을 쓰고 있다. 금속을 사용한 기존의 항공기 동체는 볼트를 이용해 금속판들을 엮고 조였다. 하지만 탄소섬유 복합소재는 이런 식으로 동체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먼저 동체 모양의 거대한 틀을 마련한다. 그리고 틀을 회전시키면서 커다란 테이프를 여러 겹으로 틀의 안쪽에 발라 나간다. 이 테이프란 고강도 탄소 섬유로 짠 직물을 액상 폴리머의 혼합물에 담근 것이다. 바르는 작업이 끝나면 틀의 나머지 공간을 에폭시 수지로 가득 채우고 특수 제작한 가압 장치에 집어넣는다. 가압장치의 압력과 열로 화학작용이 일어나며 복합소재가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씌웠던 보조재들을 벗겨내면 튼튼한 동체가 된다. 787기의 복합 소재 동체를 제작하고 있는 보우트사는 길이 23m, 지름 9m의 세계 최대 크기의 가압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동체를 한꺼번에 제작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우선 금속판을 잇기 위한 볼트가 필요없게 됐다. 보잉측은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여 약 5만개의 볼트 사용을 줄였다고 했다. 볼트 사용을 줄이면 비행기 무게는 가벼워지고 정비에 드는 비용도 줄어든다. 탄소섬유 복합소재는 알루미늄보다 훨씬 가볍기 때문에 연료효율이 올라간다. 보잉사는 수치상으로 20% 정도 효율을 더 얻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복합소재는 압력에 강하기 때문에 비행기 실내압을 현재보다 높게 유지할 수 있다. 일반 비행기는 고도 2400m의 기압을 유지하는데 반해 보잉787은 1800m의 기압을 유지한다. 지상과의 기압차가 줄어들어 비행기 이·착륙 때 생기는 두통과 청각장애를 줄일 수 있다.

또 복합소재는 내습성이 우수하다. 금속은 오랜 시간 습기에 노출되면 내구성이 하락한다. 이 때문에 금속재료를 쓴 항공기는 객실을 건조하게 유지한다. 결국 승객은 건조한 비행기 실내에서 장시간 여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구건조증 등이 걸릴 수 있다. 습도에 강한 복합소재를 사용한 보잉787은 가장 쾌적한 40~60%의 습도를 유지할 수 있다.

보잉787의 또 다른 장점은 항공사 측에서 엔진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항공사측에서 원하는 성능과 규격의 새 엔진 제품이 나왔을 때 즉각 교체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엔진 교체는 다른 항공기도 가능하지만 엔진을 교체하는 동안 항공기의 운항을 장기간 중지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했다. 보잉787은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했기 때문에 롤스로이스사와 GE사의 엔진을 모두 사용할 수 있고, 24시간 내에 엔진을 교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를 지나친 과장광고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보잉787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이 또한 소재와 제작 공정상의 특성 때문에 발생한다. 복합소재 동체를 만들 때 테이프 사이에 미세한 기포가 들어갈 수 있다. 기포는 당연히 동체의 조직을 약화시키고 균열을 만들 수 있다. 이 균열에 습기가 스며들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 균열은 점점 커져 결국 안전에 문제를 일으킨다.

문제는 기포 및 균열의 크기가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워낙 작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단일 구조로 제작해 한 부분에 문제가 발견되면 부분적으로 보수하기도 어렵다. 이점은 그동안 항공기 제작사들이 복합소재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망설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보잉사가 결함을 찾아내는 신뢰할만한 감지 방법을 제공한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우주선 개발과도 직결되는 항공기 제조분야에 새로운 기술이 전면적으로 도입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새 소재를 사용하고 새 제작공정을 갖춘다는 것은 기존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주체가 다름 아닌 여객기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마냥 반갑게만 맞이할 수는 없다. 자그마한 결함이 큰 인명사고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 바로 항공기다. 국내에도 도입 예정인 보잉787이 안전에 대해서도 철저한 준비를 갖추길 바란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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