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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식료품 주문하는 냉장고!?' 글 입니다.

스스로 식료품 주문하는 냉장고!?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7.11.14

조회수 4967

첨부파일 : No File!
대형 할인점에서 계산하는 줄은 늘 길다. 계산 담당 직원들은 쇼핑카트에 담긴 물건을 일일이 꺼내 각 제품에 부착된 바코드에 리더기를 갖다 대야 한다. 바코드 인식이 잘 안되면 시간은 더 지체된다. 그러나 이런 불편이 조만간 사라질 전망이다. 스마트태그, 전자태그 등으로 불리는 ‘RFID’ 덕택이다.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는 무선 주파수를 발신하는 초소형 칩. 이를 제품에 부착하면 접촉하지 않고도 제품정보, 수량, 주의사항 등을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다. 원래 RFID는 대규모로 키우는 가축의 정보화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었지만 현재 이 기술에서 파생된 IC카드 등이 교통카드, 전자신분증 등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간단히 말해 지금의 바코드를 대체할 반도체 칩이다.

얼핏 보기에는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RFID가 몰고 올 변화는 만만치 않다. RFID가 기존 바코드와 다른 장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접촉하지 않고도 수십 미터까지 정보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RFID 하나에 제품의 정보를 여러 개 집어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장점을 잘 조합하면 무궁무진한 활용이 가능하다.

아직 RFID 칩의 가격이 비싸 전면적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칩 가격은 개당 1달러 이상인데, 전문가들은 적어도 개당 5센트 이하로 떨어져야 RFID의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체계화하는 방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하지만 RFID가 곧 바코드를 대체하게 되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과연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RFID 도입을 가장 환영하는 분야는 물류다. 예전에는 일일이 장부와 대조해서 물류의 이동을 확인해야 했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서 물류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재고파악도 쉽다. 상품에 RFID를 부착하고 창고에 수신 장비를 설치하면 현재 각 물품의 수량이 어느 정도인지 실시간으로 집계할 수 있다. 실제로 RFID시스템을 도입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맥카런 공항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수하물 분실률이 크게 낮아졌고, 화물처리 인건비가 크게 줄어들었다.

최근 고속도로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 하이패스(통행료 자동징수 시스템)도 RFID를 활용한 대표적인 예다. RFID를 장착한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톨게이트에 설치된 RFID 리더기는 차량 진출입 정보를 자동으로 체크해 정산한다. 교통비를 징수할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고객은 현금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며, 무엇보다 시간이 단축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RFID는 시간을 절약해 주고, 보다 많은 정보를 얻게 해 준다. RFID의 확산으로 쇼핑 문화는 크게 바뀔 것이다. 기존 바코드 대신 RFID가 부착되면 계산대에 서는 순간 쇼핑카트에 담은 물품의 가격이 자동으로 계산된다. 포장 박스에 칩을 내장하면 개봉하지 않아도 박스 안에 든 물품의 종류, 개수, 가격은 물론 운반할 때 주의사항까지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다. RFID는 무선으로 다량의 정보를 동시에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볼 수 있어 소비자의 선택이 다양해진다. 쇼핑카트를 끌고 쇼핑을 하다가 식료품을 쇼핑카트에 달린 리더기에 대면 원산지, 재료, 유통기간을 정확히 알려준다. 1g 당 100원 하는 식으로 뭉뚱그려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 아니라 원산지, 신선도를 따라 손쉽게 가격을 세분화할 수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채소의 파종 시기, 농약을 뿌린 횟수, 출하 시기 등을 RFID에 담아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시스템을 시험운영 중이다.

아예 부족한 식자재를 자동으로 보충해 주는 인공지능 냉장도가 등장할 수도 있다. 식자재마다 RFID가 부착되면, 냉장고는 스스로 내부를 검사해 주부들에게 부족한 식자재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더 나아가 자동으로 인터넷 쇼핑몰에 부족한 식자재를 주문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의료 분야로도 활용된다. 환자의 몸속에 쌀알 크기의 RFID 칩을 심어 두자는 것이다. 특수한 알레르기가 있거나, 의식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경우 개인의 특성이 담긴 RFID칩을 부착하고 있다면, 위기상황에서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미국 베리칩사는 당뇨병 환자 18명의 동의를 받아 RFID 칩을 이식했다. 환자가 당뇨증세로 의식을 잃거나 의사소통이 어려울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병원은 환자의 몸속에 이식된 RFID 칩을 환자의 정보를 파악하기 때문에 초기 검사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내 500개 병원이 이 RFID 칩을 이식한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에 가입했고 올해 말까지 800여개의 병원으로 숫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 방법은 범죄자를 관리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교도소 죄수를 관리하기 위해 RFID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4개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RFID 칩이 내장된 팔찌를 보급해 재소자의 위치와 행적을 수시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교도소 내의 폭력과 탈옥 건수도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된 성범죄자들에게 채우자고 한 ‘전자 팔찌’도 RFID를 활용한 것이다. 앞으로 전자 팔찌 대신 몸속에 이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RFID가 가져올 세상의 변화는 놀랍지만 사실 넘어야 할 장벽도 크다. 가격 문제야 기술이 발전하면 해결되겠지만 개인 정보 침범에 대한 우려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고객정보를 임의로 수집해 악용한다면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빅브라더’가 등장할 것이란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거대한 물결은 이미 밀려오고 있다. 그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는 우리의 몫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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