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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가 노래를 한다?' 글 입니다.

고속도로가 노래를 한다?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7.12.21

조회수 5935

첨부파일 : No File!
“영감.”
“왜 불러~.”
“뒤뜰에 풀어놓은 병아리 한 마리…가 아니라, 그 소식 들어보았소?”
“무슨 소식?”
“요새 노래하는 도로가 화제라고 합디다.”
“뭔 놈의 노래하는 도로? 그거 새로 나온 그룹 이름이당가?”
“진짜 도로라우. 10월부턴가,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타고 판교 쪽으로 죽~ 달리다보면 갑자기 도로에서 소리가 난대요 글쎄. 103.2km 지점에 딱 가면 바퀴 밑에서 요런 소리가 난다 합디다. ‘미레도레 미미미 레레레 미미미~’.”
“동요 중에 그런 노래 있지 않아? 비행긴가 뭐시기인가.”
“아이고~ 비행기 맞수. 그 노래가 345m 구간 동안 계속 이어진다고 하우. 갑자기 나오는 동요에 라디오 듣던 운전자도 깜짝 놀라고, 밖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깜짝 놀라고!”
“노래 못해 원통한 귀신이라도 붙어있는 거 아냐?”

“여름 다 지나갔는데 웬 괴담이우. 그게 아니라 거기 딱 과학이 숨어있는 거유. 피아노 있지 않수, 애들이 둥당둥당 치는 거.”
“이 사람아, 내가 피아노도 모르는 줄 아나. 그리고 난데없이 웬 피아노?”
“끝까지 들어보우. 그 피아노가 소리 내는 원리는 그럼 아시우?”
“에끼 이 할망구, 끝까지 사람 못 믿네. 흰 거 검은 거 누르면 건반이 안에 있는 줄을 동동 두드려서 소리가 딩딩 나는 거 아닌가. 줄 길이도 다르고 굵기도 달라서 소리도 각자 다르지. 긴 줄은 낮은 음, 짧은 줄은 높은 음!”
“이 영감 알고 보니 똑똑하네. 고걸 전문 용어로 ‘진동수가 차이난다’라 하지 않수. 음은 원래 파동이라우. 각자 고유 주파수를 갖고 있는데 도는 261.6Hz(헤르쯔), 레는 293.7Hz, 라쯤 가면 440Hz나 되우. 음이 높을수록 진동수가 커진다, 즉 같은 거리에서 파동이 더 많이 출렁이는 거라우. 피아노 줄 길이나 굵기는 요 떨림을 조절하는 거고~.”

“그럼 그 도로에 피아노가 숨어있는 거여?”
“비슷한 게 숨어있지! 그 도로 바닥을 자세히 보면 홈이 죽죽 파여 있는데 이 홈이 글쎄 각자 간격이 달라요.”
“옳거니. 그게 딱 피아노 건반같이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비법이란 말이지?”
“아따 영감 착~하니 척~하고 잘 알아듣네. 원래 ‘그루빙’이라고, 과속을 막기 위해 달리는 방향에 수직으로 홈을 파놓는 거유. 그런데 이 그루빙 위를 달리면 ‘드르륵~’하는 소음이 나서 기분이 나쁘잖소? 이걸 어떻게 기분좋게 만들 수 없나~ 하면서 고민하다가 그루빙의 깊이랑 간격을 조절해서 예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알아낸 거라우. 엄밀히 말하면 그루빙은 줄, 차바퀴는 피아노 건반이 되겠지.”

“어떻게 팠길래 노래가 되는 거야?”
홈의 간격으로 진동수를 맞추는 거유. 예를 들어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를 이용해 261.6Hz인 ‘도’ 소리를 내려면 홈을 9cm 간격으로 파면 되우주). 이걸로 끝이 아니지. 음이 나오는 시간은 그루빙 개수로 맞췄다우. ‘도’ 소리 나는 9cm 간격의 홈을 10개 파고, ‘솔’ 소리 나는 7cm 간격의 홈을 15개 파면 도-솔-- 이렇게 소리가 나는 거유. 거기다 홈 하나를 얼마나 넓게 파냐에 따라 소리 크기가 달라지거든.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가장 잘 들리도록 ‘볼륨’도 조절할 수 있는 게지.”
“할망구, 언제부터 이리 유식해진 거야?”
“나야 원래 유식하지. 그런데 여기 비밀이 있수. 서울외곽순환도로에 사용된 음은 도, 레, 미가 아니라 사실 솔, 라, 시라우. 적절한 간격을 맞추기 위해 조옮김을 한 거지. 사람 귀라는 게 또 좀 엉뚱해서, 기준음을 아무 거나 잡아도 진동수를 12%나 6%씩 조절해가면서 음을 올리면 도, 레, 미로 듣는다 합디다.”

“귀가 딱 할망구를 닮았구만~!”
“어허~ 맞고 그만둘래, 그만두고 맞을래? 어쨌든 요 노래 때문에 서울외곽고속도로는 명소로 떠올랐지 뭐유. 그리고 충북 청원부터 경북 상주까지 죽 이어진 고속도로가 11월 28일 새로 개통됐는데 말이우~.”
“거기도 노래하는 도로가 있어?”
“내 대사를 먼저 말하면 어떡해 이 영감아! 그래, 거기도 있수. 청원에서 상주 방면으로 68.6km 가면 노래가 시작되는데, 680m를 달리는 동안 동요 ‘자전거’를 들을 수 있다하우. 거기도 구비구비 도는 구간인데다가 내리막길이라서 그루빙을 안 파면 위험하다고 합디다. 그래서 외곽순환도로랑 똑같은 원리로 바닥을 판 거유. 딱 시속 100km를 지켜야 요래 이쁘게 노래가 나온다 하니 참고하시우.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아이고 할망구 노래 그만 불러! 그런 노래가 나왔다가는 안전운전하다가도 사고 내겠다! 어쨌든, 노래하는 도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거여?”

“이 놈의 영감이 그냥 콱! 옆 나라 일본에도 있다고 합디다. 홋카이도 나카시베쓰시에 하나있는데 요건 2003년에 만든 세계 최초의 ‘멜로디 도로’라 하네요. 그리고 올해 군마현 누마타시, 와카야마현 기미노쵸,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하나씩 차례대로 생겼소. 우리나라 것까지 하면 세계에 총 여섯 군데 있는 셈이네.”
“아니 그럼 그게 일본 거 베낀 거 아냐? 아야! 이 폭력 할망구, 말로 하지 왜 때려?”
“고 나불대는 입 다물게 해주려고 그랬소. 일본이나 우리나 가속방지용 홈을 이용한다는 아이디어는 똑같았지만 말이우. 일본 건 일본 거고 우리 건 우리 기술이란 말이지. 일본에는 아스팔트에 홈을 팠지만 우리는 콘크리트에 죽죽 그어놨소. 아스팔트는 잘 닳는데 콘크리트는 오래 버틴다고~. 게다가 한국도로공사가 요렇게 홈을 파서 소리를 내는 방법을 특허 내는 중이라우. 뭘 알고 떠들어야지.”
“고거 참 신통방통할세~.”

“이 뿐만이 아니우. 우리나라는 100km에서 가장 정확한 박자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일본은 30~60km가 표준 속도라고 합디다.”
“아니 그건 또 뭐 때문이당가?”
“우리나라는 고속도로에 설치했잖수. 그래서 100km쯤 달려도 ‘괜찮다~’하는 것이고, 일본은 다 지방 국도나 터널이라서 60km 넘어가면 ‘위험하다~’하는 것이고.”
“할망구가 많이도 알고 있구만!”
“영감, 하나 더 알려줄까? 노래에 지역 특성도 담겨 있수. 청원-상주 고속도로에서 ‘자전거’가 나오는 이유는 상주시가 자전거의 도시기 때문이우. 또 일본 와카야마현은 그 동네에 천문대가 있기 때문에 ‘별’을 다룬 오래된 가요를 선택했다더만~.”
“오~ 대단하구만.”

“요 노래하는 도로가 말이우, 이쁜 소리만 내는 게 또 아니라고~.”
“그럼 또 무슨 역할을 하나?”
“비행기 노래 나오는 도로 말이우. 거기가 원래 길도 좀 꼬불꼬불하고, 계속 액셀러레이터 밟다 보면 슬그머니 졸리기도 하고 그런 구간이라서 사고가 잘 났댑디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이 좀 졸리려고 하면 밑에서 ‘떴다떴다~’하지 않수? 놀라서 잠이 확 달아난다 합디다. 이 덕분에 바닥 판 뒤로는 사고가 아직 한 번도 안 났대요 글쎄. 원래 가속방지용이었으니 제 역할 톡톡히 하는 셈이지. 영감보다 낫네~.”
“뭐라고?! 아이고 이 할망구가 이제 막말하네.”
“막말은 무슨! 안전만 지키는 게 아니라 지역 명소로도 활약하니 영감보다 훨씬 낫지. 일본 홋카이도는 아예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멜로디 도로를 홍보하고 있수. 다른 지역 멜로디 도로도 지역 명소래요 글쎄. 우리나라 도로들도 TV에 소개되고, 기사도 나오고 하니 사람들도 몰리고~ 시흥 주변에 매일 비행기가 울린다 하지 않수.”
“어이고 손님 하품 하시는 거 봐라. 할망구 탓이잖아. 이제 그만 접자구.”
“이 영감이 자기가 불리하니까 글 접으려 드네. 알았수. 그래도 함께 산 영감이 100번 낫지, 이럼 됐수?”
“뻘소리 그만하고 같이 비행기 노래나 들으러 갑시다~. 얘길 들으니 한 번 듣고 싶어지누만.”
“이제야 호기심이 동했소? 얼른 갑시다, 영감!” (도움말: 한국도로공사, 글: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주 : 그루빙 간격 산출 방법(시속 100km로 달리는 차량 기준)
그루빙 간격 = 차량속도÷진동수
-솔(G) = 시속100km÷진동수392.6Hz = 27.8m/s÷392.6 = 0.070 = 7cm
-라(A) = 27.8m/s÷440 = 0.063 = 6.3cm
-시(B) = 27.8m/s÷493.9 = 0.056 = 5.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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