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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뿔났다 - 탄산음료는 절대 안 돼!' 글 입니다.

엄마가 뿔났다 - 탄산음료는 절대 안 돼!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8.10.17

조회수 4732

첨부파일 : No File!
김과학 군이 의기양양하게 신문을 들고 엄마에게 다가온다.

“엄마, 이 뉴스 보셨어요? 탄산음료를 마셔도 뼈가 약해지지 않는대요. 하루에 10L씩 마시지 않는다면 뼈에 영향을 주지 않는데요. 저는 그렇게 많이 마시지는 않으니까 괜찮아요. 엄마, 이제 탄산음료 마셔도 되죠?”

이산화탄소(CO2)는 수분(H2O)과 접촉하면 화학작용을 일으켜 탄산 수용액(H2CO3)으로 변한다. 탄산음료를 마시면 바로 이 탄산수용액을 먹게 되는 것.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면, 혈액 안에 산(acid) 함량이 많아지면 산 과다증이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음식을 통해 섭취한 칼슘이 뼈로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사라지게 될 위험이 생긴다. 하지만 미국 크레이튼 대학 내분비 학자인 로버트 헤니 박사에 의하면 탄산음료의 산 함량은 인체가 감당할 수 있는 대사량의 5~10%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 정도의 양으로는 뼈에서 칼슘을 빼앗아갈 능력이 없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어디,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자꾸나. 탄산음료를 정기적으로 많이 마셨을 경우 인체 내의 뼈가 약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긴 어렵다… 그렇구나. 하지만 산 함량이 높기 때문에 이빨을 부식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단다.”

“예. 지난번에 엄마랑 실험한 거 기억하고 있어요. 탄산음료에 손톱 자른 걸 담아 놓았더니 4일 만에 녹아버렸죠. 하지만 먹고 나서 바로 양치질을 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엄마, 저 탄산음료 마시고 싶어요. 친구들도 다 마시는 걸요.”

“저런! 양치질을 바로 하는 건 더 안 좋은 방법이야. 이건 독일 괴팅겐 대학의 연구결과인데, 탄산음료를 먹고 바로 이를 닦는 습관이 치아를 망가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단다. 콜라, 사이다, 환타 같은 탄산음료는 강한 산성인데, 이렇게 강한 산성 물질이 치아에 닿으면 치아의 맨 바깥층인 법랑질이 부식된단다. 치아 표면이 부식된 상태에서 곧바로 칫솔질을 해대면 법랑질이 벗겨질 수밖에 없다. 탄산음료를 마신 뒤엔 적어도 30~60분 정도 기다렸다가 양치질을 해야 해. 기다리는 동안 침에서 치아 보호물질이 분비돼 손상된 치아 표면이 회복되니까.”

김과학 군은 어떻게든 탄산음료를 먹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싶다.

“하루에 한 번만, 먹고 나서 1시간 있다가 이빨을 닦을게요. 그럼 먹어도 괜찮죠?”

“잠깐 기다려봐. 좀 더 꼼꼼하게 따져보자. 탄산음료가 뼈를 약하게 하고, 키를 크지 못하게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단다. 우선은 탄산음료가 뭔지를 알아야겠지? 탄산음료의 주요성분은 물, 액상 과당, 색소, 산미료, 향료, 인산, 탄산가스야. 카페인도 다량 들어 있지. 엄마 같은 중년 여성들은 골다공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3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탄산음료를 마시면 소변으로 칼슘이 빠져나가는지 조사를 해봤단다. 카페인 성분이 많은 음료를 마신 사람의 소변에서 칼슘량이 느는 걸 확인했단다. 카페인은 칼슘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해. 카페인이 몸에 들어가면 신장이 단백질을 분비해 혈액에 들어 있는 나트륨과 칼슘 이온을 빨아들인단다. 일반적으로 탄산음료 한 캔에는 카페인이 40mg이나 들어 있어. 인산 성분도 문제야. 인산은 칼슘과 결합해서 뼈를 만들기도 하지만 과다하면 오히려 뼈에서 칼슘을 빠져나오게 해 소변으로 배출시켜 버린단다.”

크레이튼 대학의 로버트 헤니 박사는 카페인과 인산이 체내 칼슘의 섭취를 방해하고 장기적인 골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과 탄산음료에 의한 산 과다증이 두통, 구토, 장기 기능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엄마 그렇지만, 하루 종일 탄산음료만 먹는 게 아니라 가끔 먹는 거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조금 더 들어보렴. 2000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는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골절 위험이 3~5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단다. 탄산음료를 마시는 학생 중 20%는 이미 뼈가 약해져 골절을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어. 이때에도 식품회사들은 탄산음료의 어떤 성분이 뼈를 약하게 하는지 증거가 없다고 반발했지.”

“탄산음료를 먹어도, 우유를 지금보다 더 많이 마시면 뼈가 튼튼해지지 않을까요?”

“하지만 탄산음료를 먹으면서 우유를 지금보다 더 많이 마시는 건 힘들지 않을까? 배가 너무 불러서 밥을 먹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탄산음료나 음료수를 자주 먹으면 우유를 먹는 양은 줄 수밖에 없단다. 탄산음료의 단맛과 카페인은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맛을 들이면 양을 조절하기가 힘들단다. 게다가 탄산음료에 들어 있는 인산은 뼈를 약하게 하는 것 말고 다른 문제도 일으킨단다. 과학자들은 인산이 아이들을 공격적으로 만들고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어.”

“엄마, 정말 탄산음료는 좋은 점이 하나도 없는 건가요? 고기랑 밥 너무 많이 먹었을 때 사이다 먹으면 끄윽 트림도 나오고 시원하잖아요. 아빠도 가끔 드시고. 소화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거죠?”

“얘야, 정말 아쉽게도 탄산음료는 소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단다. 위의 소화 기능은 연동 기능과 위산분비가 있는데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 언뜻 탄산음료를 마시면 소화가 된 듯한 기분이 드는데, 그 이유는 탄산이 맵고 짠맛을 중화시키고, 다른 장내 가스와 함께 체외로 배출되기 때문이야.”

“정말 실망이에요.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탄산음료가 나와서 엄마가 먹어도 좋다고 하면 좋겠는데. 그런 날이 올까요?”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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