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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강연
'[수톡] 7/6(수) 바다동물 이름의 유래를 찾아서' 글 입니다.

[수톡] 7/6(수) 바다동물 이름의 유래를 찾아서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16.06.29

조회수 4652

첨부파일 : No File!

○ 강 연 일: 2016년 7월 6일

 

○ 강 연 자: 박수현 [국제신문 문화사업부장]

 

○ 강연내용

전설 속 절대 권력자인 용의 아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엄청난 덩치를 가졌고 머리 위로는 분수처럼 물보라를 내뿜으며, 세상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울음소리를 내질러 대는 기이한 동물이었지요. 사람들은 수평선 너머로 이 동물이 모습을 드러내면 용의 아들 포뢰가 너무 놀란 나머지 산천이 떠나가도록 울어댄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이한 동물에게 포뢰를 두들겨 울린다해서 고뢰(叩牢)’라는 이름을 붙였답니다.”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해양 포유류인 고래의 이름은 이렇듯 신화적 상상력에 기대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선조들은 종소리를 더욱 크게 울리기 위해 종을 매다는 곳에 포뢰를 조각하고, 고래 모양으로 만든 당목을 가지고 종을 쳐왔습니다. 포뢰 입장에서 보면 고래가 새겨진 당목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와 자기가 앉아 있는 종을 두들겨대니 그 두려움이 엄청났을 것이고, 이 두려움은 당목이 종을 칠 때마다 큰 울부짖음으로 변해 종소리와 함께 산천으로 퍼져 나가게 되었을 것입니다. 결국 고래 이름은 소리와 연관성이 있으니, ‘고래고래 고함지른다라는 것도 이러한 연관성의 한 예라 할 수 있겠지요.

 

바다생물의 이름은 크게 생긴 모양에서 따온 이름’, ‘생태적 특성에서 따온 이름’, ‘육지생물 이름에서 따온 이름’, ‘민담이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이름등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생긴 모양에서 따온 이름으로는 말미잘, 성게, 해파리, 홍어, 도화돔, 갈치, 고등어, 나폴레옹피시, 앵무고기, 나비고기, 해마, 장어, 아귀, 박쥐고기, 전어 등이 있고, 생태적 특성에서 따온 이름으로는 해삼, , 멸치, 군부, 바지락, 담치, 해면, 상어, 청소물고기, 빨판상어 등이 있으며, 육지생물 이름에서 따온 이름으로는 바다나리, 해송, 수지맨드라미, 갯강구, 갯민숭달팽이, 갯지렁이, 쥐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루묵, 불가사리, 히드라, 군소, 고래, 정어리, 숭어, 민어, 명태, 삼치 등은 민담이나 전설 속에서 이름의 유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다생물들은 이러한 분류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곤 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말미잘의 외양이 탈장한 항문을 닮았다 하여 말미잘’(미주알말미잘)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영미권에서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네모네꽃의 연약함을 상징화시켜 시아네모네(Sea Anemone)’라고 부릅니다. 또한 한 가지 이름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복숭아꽃 색을 닮았다 하여 이름 지은 도화돔은 강한 부성애의 의미를 상징하여 침두어라는 가슴 뭉클한 사연이 담긴 이름으로도 불렸고(수컷은 암컷이 남기고 간 수정란을 입 속에 머금어 부화시키는데, 수정란이 부화할 때까지 오랜 시간 동안 먹이를 전혀 먹지 않아 수척해진 머리가 바늘처럼 가늘어진다 해서 침두어라 불렸습니다), 명천군의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잡았다는 명태역시 건조 방법이나 유통·보관 방식에 따라 황태, 깡태, 코다리, 동태, 생태 등의 다양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바다생물 이름의 유래를 알게되면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삼치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볼까요.

 

이 물고기는 망어(亡魚)’라는 별명이 있는데 말이야, 옛날부터 양반 사대부들은 입에도 대지 않았대. 왜냐구? 옛날에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한 아무개가 삼치 맛에 홀딱 반해서, 자기를 관찰사로 임명해준 한양의 정승에게 고맙다는 표시로 삼치를 선물했대. 그런데 강원도에서 삼치를 실은 수레가 한양 정승 집에 도착한 것은 몇 날이 지난 후였겠지? 그땐 기차나 자동차 같은 게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날 밥상에 오른 삼치를 한 점 뜯어 맛을 본 정승은 비위가 상해 며칠 동안 입맛을 잃어버리고 말았대. 삼치는 맛이 고소하고 부드럽긴 하지만 다른 생선에 비해 부패가 굉장히 빠르거든(그래서 겉은 멀쩡해도 속은 상한 경우가 많아). 그럼 그 뒤로 관찰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정승은 썩은 생선을 보낸 관찰사를 괘씸하게 여겨 그를 좌천시키고 말았는데, 관찰사 입장에선 삼치 때문에 벼슬길이 망한 꼴이 된 거지.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삼치를 망어라고 부르게 되었고, 사대부는 벼슬길에서 멀어지는 고기라 해서 멀리 하게 된 거야.”

 

또한 바다생물 이름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선조들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해학에 경탄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우리 선조들은 해삼바다[]에서 나는 삼()’이라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는데, 실제로 현대 과학자들이 해삼에서 인삼의 성분인 사포닌을 추출해냈습니다. 또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아귀를 두고 낚시를 하는 고기라 해서 조사어(釣絲魚)’라 기록했는데, 실제 물속에서 아귀가 사냥하는 장면을 관찰하면 등지느러미가 변형된 가시를 흔들어 작은 물고기를 유혹해서 잡아먹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스쿠버 다이빙 장비도 없던 시대에 아귀의 사냥을 관찰하고 조사어라는 기록을 남긴 것은 경이롭다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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